さよなら, My Fairlady Car


최근 염원하던 풀프레임, 소니 알파850(+시그마 50mm 1.4)를 손에 넣었다.

어쩐지 350z를 찍고 싶어져서 바쁜 출근길에 몇 컷 찍어주었는데, 설마 그것이 영정사진 고별사진이 될 줄이야.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차를 회사에 반납하게 되어 그간의 롱텀 시승기를 최종적으로 마감하는 포스팅을 해 본다.





그간의 롱텀 사용기의 주요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 2009년 1월 30일에서 2010년 6월 16일까지 약 1년 5개월간 운행

- 약 9300 마일에 인수하여 약 14400 마일까지 대략 5100마일 주행

- 주행 기간 중 통산 연비 15.1 MPG(= 6.34 km/l), 시내 운행 90% 고속도로 및 간선로 주행 10%

- 발레오 클러치를 장착한 이후 만족도 급상승

- 젠쿱이 나타난 지금은 빛이 조금 바랜 감이 있으나 당대의 모델로는 출중한 가격 대비 운동 성능

- 다만 핸들링은 경쟁모델인 RX-8이 더 낫다는 세간의 평

- 굳이 교체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우아한 순정 휠과 일상용도로 적절한 KW 서스로 인해 기계세차도 올 클리어

- 운행 중 최고속도 y57 마크

- 전반적으로 엔진이 거친 감이 있다. 힘을 주체할 수 없어 거친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고, 특히 냉간 시의 회전 질감이 까칠한 느낌. 후속 370z 역시 모터트렌드 시승에서 '거칠기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것 보면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엿보임.

- 고속 주행 안정감은 젠쿱 380이 더 우수. 젠쿱 오너들의 '고속 주행 시 불안하다'는 평가는 독일차에 대한 상대 평가로 봐야...경험해 본 RX-7도 그랬고, s2000 오너들의 증언 등등도 그렇고 일본차들은 대체로 y00 이상의 영역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 내수 자율 규제가 180km에 묶여 있어서 그런가? 출력 자율 규제는 풀었을 텐데 최고속은 아직도 묶여 있나?

- 매스 디자인에서 포르쉐를 벤치마킹한 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우아한 라인과 높은 디테일의 완성도는 디자인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 순정 시트는 별로에 가까운 그럭저럭. 특히 (액티브 헤드 레스트로 인한 것으로 알고 있는) 헤드 레스트를 머리로 툭툭 칠 때 허리를 타고 전해 지는 멍청한 진동이 있다. 그래도 젠쿱 시트보다는 장거리 주행에서 편했다. 어디 불편하지는 않았으니까.

- 오렌지 조명은 좋았다. 이전엔 막연히 좋아하지 않았으나 350z를 타고 나서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트렁크에 골프백 2개가 들어간다고 주장하고, 싣는 법까지 자세하게 그림으로 알려주고 있으나, 아버지를 모셔 드려본 경험으로는 한 개 대각선으로 어케 돌려 겨우 들어간다. 절대 그림처럼 가로로 1개 들어가지 않는다. 골프를 치지 않는 관계로 골프백에도 사이즈가 있어서 미디엄 사이즈 기준으로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 앞뒤 오버행이 짧은 편이라 디멘전에 비해 휠베이스는 길게 확보한 편인데 (뒷좌석도 없는 주제에) 운전자를 무게 중심에 앉히려고 운전석을 좀 앞으로 끌어당겨 배치한 감이 있다. 그래서 타고 내릴 때 좀 불편하다. 특히 내릴 때 무릎을 부딪히기 쉽다. 잘 운행하고 나서 마지막에 기분 나쁘게 하는 부분.

- 인테리어는 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조금 별로인 편.

- 특히 장거리 주행 시 왼팔을 핸들 잡은 채로 도어 암레스트에 걸치게 되지 않는다. 나는 키에 비해 팔이 좀 긴 편인데도 그렇다. '스포츠카니까 방심하지 말고 제대로 핸들 잡고 운전 하시라고'일 수도 있겠으나, 사실 네가 퓨어 스포츠는 아니잖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겸손한 모양의) 정강이 지지패드가 오른쪽에 붙어 있어서 '됐고, 사실 나는 퓨어 스포츠 지향이거든?'이라는 컨셉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만들거면 좀 제대로 만들지 별로 효용은 없다. 10년도 더 전에 나온 RX-7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참고했으면 좋았을 뻔.

- 사이드 미러 수동은 정말 불편했다. 특히 기계세차 할 때. 단골 주유소에서만 해서 눈치껏 알아줄 법도 한데 마지막까지 조수석 사이드 미러를 가리키며 '수동이니까 손으로 접어 주세요'를 외쳐야 했다.

- 고회전을 돌리면 마치 과급엔진을 방불케 하는 기묘한 회전음이 발생한다. 혼다 오너들이 하도 브이텍 브이텍하고 다녀서 당초 이것이 '가변밸브 사운드인가?'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알기로 VQ35HR에 가변 밸브는 적용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370z부터 아마 적용되었을 것이다.

- 클러치 교환 시 슬레이브 실린더(미션 내부에 들어간다)를 의무교환하도록 되어 있다. 골프 R32가 아마 같은 방식이라고 했던가. 10만 키로 넘어가는 수동 차들이 흔히 겪는 클러치 유압 트러블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것 같은데,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 별로 좋지 않다...라곤 해도 나도 티뷰론으로 12만 키로에서 오페라 실린더가 막혀 강원도 평창에서 곤란을 겪어 본 적이 있으니 뭐...다행히 아반떼와 같은 부품을 써서 당일 수리가 가능했던 기억.

- 일본 스포츠카들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최초 시동 시 아이들이 2천 회전 정도까지 치고 올라가서 천천히 내려온다. RX-7도 마찬가지였는데 이것은 촉매를 빨리 가열하기 위한 기능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머스탱의 경우 시동 후 5초 이내에 800정도에 안정되어 운행이 가능했던 반면, 350z의 경우 1000 정도까지 내려오는 것도 제법 기다려야 한다. 엔진도 냉간 시에는 좀 거칠기 때문에 겸사겸사 예열이 되었지만, 덕분에 연비 측면에선 마이너스가 되었을 것이다.

- 트렁크에서 가장 넌센스였던 거대 순정 스트럿바는 결국 370z에선 삭제되었다.

- 미션은 직결감이 아주 좋은데, 기어 레버는 냉간 시에는 조금 걸림이 있는 듯 하지만 열을 받으면 매끄럽고 단호하게 잘 동작한다.

- Ark 캣백은 조금 소리가 있는 편. RX-7을 처음 탈 때 달려 있던 묻지마 티타늄 배기가 하도 시끄러워서 잘 몰랐는데 최근 이 차 저 차를 타 보니 현재의 배기는 음량이 스포츠 엔드 중에선 평균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천 알피엠만 올려도 변속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살짝 있다.

뭐, 이정도면 최종 소감은 대략 정리가 된 듯 하다. 빠진 것이 생각나면 추가로 달기로 하고...




<지금부터는 각색된 대화>

이사님 : 알렉, 350z는 이제 슬슬 회사에 반납하는게 좋지 않을까?

알렉 : 음, 회사가 요즘 어려운 모양이군요.

이사님 : 아니, 그건 전혀 아니고. 너도 이제 중년의 나이에 두 아이가 딸린 가장이니, 실용적인 차를 타야 하지 않겠냐?

알렉 : 말하자면 어떤?

이사님 : 눈,비가 와도 출퇴근을 안심할 수 있는 4륜구동이라던가, 여차하면 아이들도 모두 탈 수 있는 4인승이라던가, 애들이 잠을 자도 안심할 수 있는 좀 조용한 차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지.

알렉 : 그거 일리가 있군요.


...이런 대화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여차저차하여 중년남이 허영을 부리던 350z는 회사에 반납하게 되었고, 훨씬 실용적인 퍼스트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인 차량으로 교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조만간 새로운 차량으로 롱텀 시승기 포스팅 예정.

바로 이것.




음...너무 쉬웠나?

덧글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0/06/18 09:38 #

    어렵군요 포쉐 997 터보인가요?
  • 알렉셀 2010/06/18 11:43 #

    더 조용하고 실용적인 녀석이에요. :)
  • 알렉셀 2010/06/20 02:38 #

    그러니까... 1년 5개월이란 긴긴 시간동안에 말이쥐...
    딱 한 번 조수석 탑승. 삼부~아일렉스 왕복구간이 내 시승의 다란 말이지...

    이번엔 좀 태워주세요. 네?
  • 알렉셀 2010/06/21 01:05 #

    어이 달링...내 계정으로 리플달거면 머리말이라도 좀 붙여 주시는게...;;;
  • 닉초이 2010/06/22 23:38 #

    한국 돌아가면 한번 타보고 에잇과 비교하고 싶었는데, 이젠 끝이로군....
  • 알렉셀 2010/06/23 00:36 #

    음 나도 에잇이 매우 궁금하긴 하다만...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둘 다 바이바이하게 될 줄이야.

    가속은 350이 낫고 핸들링은 에잇이 낫지 않으려나 막연히 추정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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